이번 글에서는 의사의 수련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고, 그중에서도 펠로우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렵지 않게 설명해드릴 테니, 의학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이나 진로를 고민 중인 분들께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의 길을 걷다
의대를 졸업한 후 첫 단계는 '인턴'입니다. 인턴은 1년간 다양한 과를 순환하며 기본적인 진료 흐름과 병원 시스템을 익히는 시기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본인의 전공과를 선택하게 되며, 이후에는 본격적인 수련 단계인 '레지던트'에 들어갑니다.
한국에서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쳐 '전공의'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2024년부터는 인턴 과정이 필수에서 선택사항으로 변경되어 일부 의대 졸업생들은 인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레지던트 과정으로 진입하기도 합니다.
레지던트는 3~4년 동안 선택한 과에서 집중적으로 진료, 수술, 응급 대응을 배우며, 실제 환자 진료의 중심에서 경험을 쌓는 시기입니다. 이때부터는 의료진으로서의 실력을 본격적으로 다듬게 됩니다. 수련 중에는 환자와의 소통, 윤리 의식, 긴박한 상황 대처 등 다양한 면에서도 성장하게 됩니다.
레지던트 수료 후에는 전문의 시험을 치르게 되고, 이를 통과하면 정식 전문의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이 있는 분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선택하는 것이 바로 ‘펠로우’ 과정입니다.
펠로우란 무엇인가, 전문의 이후의 선택
펠로우(Fellow)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세부 전문 분야에 대한 심화 수련을 위해 선택하는 단계입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에서 전문의 자격을 얻은 후, 더 세부적인 영역에서 능력을 키우기 위해 1~3년 정도 병원에서 추가 수련을 받는 것입니다.
'펠로우'라는 용어는 영어 'Fellow'에서 유래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전임의'라는 명칭으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공식적으로는 '세부전문의' 과정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펠로우는 수련 중인 의사이면서도, 이미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진료와 의료행위가 가능합니다. 병원 내에서의 위상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사이이며, 진료팀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됩니다.
펠로우는 진료와 동시에 연구 활동, 학술 발표 등에도 참여하며, 실제 병원 진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후배 의사들을 교육하기도 하고, 고난도 시술에 직접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실력을 다져갑니다. 단순한 수련생이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을 동시에 지닌 위치입니다.
또한, 펠로우 과정은 각 과마다 내용과 운영 방식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내과에서는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등의 세부 전문 분야로 나뉘고, 외과에서는 유방외과, 대장항문외과, 간담췌외과 등으로 구분됩니다. 병원에 따라 세부 분과의 유무, 수련 기간, 교육 커리큘럼도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진로에 맞는 선택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펠로우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으로 성장하게 되며, 대학병원 교수나 전문 클리닉 담당의, 개원의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경력을 쌓습니다.
펠로우 과정은 단순히 진료 기술을 더 익히는 시기라기보다는, 의사로서의 방향성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펠로우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점점 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술을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환자와의 소통 능력, 연구 역량, 후배 교육에 대한 태도 등도 함께 평가되는 흐름입니다.
이와 함께 병원 조직 내에서 펠로우가 담당하는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교수의 지시를 보조하는 위치로만 인식되었지만, 최근에는 독립된 책임자로서 병동 관리나 외래 진료, 협진 회의까지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는 펠로우가 단순한 ‘연장 수련자’가 아닌, 병원의 중간 리더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과에 따라 펠로우의 진로 설계가 점점 더 전략적으로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일부 펠로우 과정은 대학병원 교수직으로의 진입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는 반면, 일부는 개원이나 전문 클리닉 경력에 특화되어 실무 중심 커리큘럼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펠로우 지원 전, 자신이 어떤 커리어를 원하는지 명확히 하고, 각 병원의 펠로우 과정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운영되는지 꼼꼼히 비교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펠로우 과정 동안의 논문 실적이나 케이스 경험은 향후 커리어 경쟁력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대학병원 교수직을 목표로 한다면, 펠로우 시기에 발표한 학술 성과와 국제 학회 발표 경험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단지 수련을 연장하는 의미가 아닌, 의사 개인의 전문성을 확장하고 진로의 기틀을 다지는 시기가 바로 펠로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펠로우는 또한 다양한 임상 케이스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자신만의 진료 철학과 스타일을 확립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교과서적인 접근이 중심이었다면, 펠로우에 이르러서는 환자의 배경, 삶의 질, 예후까지 고려한 보다 입체적인 판단이 요구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숙련도를 높이는 단계를 넘어, 의사로서의 성숙을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임상 판단 능력이 후배 양성이나 협진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펠로우 이후의 진로와 현실
펠로우 수료 후에는 다양한 진로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향은 대학병원 교수, 병원 전문 진료과의 핵심 인력, 또는 개원의로 활동하는 것입니다. 특히 펠로우 경험은 특정 분야에서의 신뢰와 전문성을 갖춘 경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환자들 사이에서도 큰 신뢰를 받습니다.
펠로우를 마친 의사는 고난도 수술이나 복잡한 진료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펠로우 시기에 쌓은 논문, 연구 경험, 네트워크 등은 향후 커리어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자신의 진료 영역을 특화하고 싶거나, 의학적 깊이를 더하고 싶은 의사라면 펠로우는 매우 의미 있는 선택지입니다. 전문의 이후에도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그것이 펠로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